도시재생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
도시재생사업은 사회적 필요에 의해 전개되어 오던 도시관리방식과 지역사회 운동 흐름의 끝에 있다. 행정의 도시관리방식과 시민사회의 운동의 성격은 끊임없이 변화해왔고 2010년대 두 영역이 손을 잡아 탄생한 것이 도시재생이다. 그렇기에 크게 두가지 흐름상에서 도시재생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
멈추지 말아야하는 첫 번째 이유는 시대적으로 필요한 도시관리방식은 계속 개발되어 왔고, 도시재생도 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재개발이 필요하다고 해서 도시재생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도시재생은 재개발과는 다른 방법론이며 지금 시대에 필요한 방법론이라는 것이다. 1960년대 해방 후 도시의 절대적인 공간이 부족할 때, 신시가지 개발을 위한 토지구획정리사업과 택지개발 사업이 있었다. 이 사업은 후에 신도시 개발로 이어진다. 1970년대에는 기성시가지에 기반시설 및 주택 공급을 위한 현지개량사업과 재개발사업이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이 때 재개발과 함께 아파트가 많이 지어지기 시작한다. 1980년대는 최초 지어진 아파트들이 낡아가면서 도입하게 된 재건축 사업이 있다. 2000년대는 더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더 복합적인 개발을 가능하게 했던 재정비촉진사업(뉴타운), 그리고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 도시재생사업이 있다. 각 시대별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방법들이 개발되었고 활용되어져 왔다.(물론 최초 취지와는 다르게 문제점이 있기도 하였지만)
도시재생사업이 추구하는 보존적 기반시설 공급, 주민참여라는 두가지 키워드는 1970년대 초 이미 시도된 적이 있다. 일정한 조건에 의해 현지개량사업지구를 선정하고 추진했던 현지개량사업이다. 서울연구원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사업은 세가지의 성격으로 요약된다. 1) 공공의 기반시설 설치 2) 건축법에 의거한 자발적 주택개량, 3) 주민자치와 행정지원이다. 현재 도시재생사업에서 추구하는 큰 방향성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당시 필요했던 정책은 빠른 도시의 성장을 뒷받침할 기반시설의 공급과 주택의 공급이었기 때문에 현지개량사업은 활성화 되지는 못했다.
분명 재개발사업이 필요한 지역도 있고 분명 도시재생사업이 필요한 지역도 있다.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배척하는 성격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 필요한 사업을 하면 된다. 반대급부가 아니라 평행선에 있는 서로 다른 방법론이라는 것이다. 현재 재개발은 명확한 한계를 가지고 있고, 모든 지역에 가능하지 않다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도시 사업으로 재개발 사업만 남는다면, 아직 덜 노후화된 곳들은 종합적인 개선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 (재개발이든 재생사업이든 목표는 기반시설의 공급과 개선이다) 기반시설은 부서별로 따로따로 덕지덕지 개선될 것이고, 충분히(?) 낡게 되면 재개발에 내 집을 맡기고 떠날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모든 사람들이 재개발을 원하지도 않는다. 도시재생 사업은 시민들이 한 지역에서 계속해서 거주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이다. 갈아엎지 않고도 삶의 질을 높이는 도시재생사업의 방식은 특히 지역에서 계속 살아가길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사업이다. 그렇기에 도시재생사업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
두 번째는 지역사회 주민들이 자기 지역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해결해가는 것은 언제나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1960년대 삶의 기회를 찾아 무작정 상경하여 판자집을 짓고 살아가던 사람들이 있었다. 대개는 풍족하지 못한 삶을 사는 경우가 많았는데, 종교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도시빈민의 적응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지역사회 운동을 펼쳤다. 빈민들이 가진 문제를 혼자가 아닌 공동체의 힘으로 해결해보고자 했다. 1970년대부터는 정부의 재개발 사업으로부터 삶터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했다. 주민 개별로는 대항할 수 없었기에 전국 철거민 연합회 등 대규모 조직을 만들고 구역 내 지역 뿐만 아니라 철거지역 간 상호 부조할 수 있도록 조직가들과 시민들이 나섰다. 90년대 초 철거민들을 위한 일부 조치(대단한 보상들은 아니었지만)들이 행해지면서 철거반대투쟁의 동기가 약해졌고, 이와 함께 격변의 90년대에는 새로운 대안을 찾기위한 시도들이 행해진다. 대개 도시공동체운동, 마을만들기 운동의 성격을 지녔었다. 자활과 사회적경제 흐름도 이때 시작된다. 2000년대 들어오면서 운동의 내용들은 구체화된다. 대표적으로 시민단체(도시연대) 차원에서 한평공원 만들기라는 참여형 공간 조성 사업과, 공공(서울연구원) 차원에서 추진했던 북촌마을만들기 사업이 있다.(온전히 시민단체만의, 온전히 공공만의 사업은 아니었고 협업도 존재했다.) 특히 서울시의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지구단위계획, 서울 휴먼타운은 마을만들기 운동의 방향성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는 2010년이 마을만들기 운동과 도시관리 방법의 제도적 측면이 융합되어가는 흐름을 반증해준다.
이 흐름에 또 재미있는 지점이 있는데, 1960년대 도시빈민 운동을 이끌었던 운동가들의 행동지침을 살펴보면 지금의 도시재생에서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민 지도자를 발굴하여 훈련하고(주민발굴, 역량강화)’, ‘지도력을 독점하지 않게(민주적 의사결정)’, ‘공동체를 조직하여(공동체 활성화)’, ‘부정적 요소를 스스로 극복하게 돕고(공동체 프로그램)’, ‘다양한 공동체를 연계시키고(지역기관 및 공동체간 연계)’, ‘주체적이고 자발적으로 성장(지속가능한 주민조직, CRC)’하게 돕는다는 내용이다. 지금의 재생사업에서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위의 내용들은 도시에 발을 처음 들였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필요해왔고 활성화시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해왔다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건강한 삶터를 위해서는 필요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탑다운 방식의 도시관리시대에도 그랬고, 버텀업 방식, 거버넌스가 중요시 여겨지는 지금은 더더욱 필요한 내용이다.
도시재생사업은 도시의 다양성을 높여줄 수 있는 방식이고, 지역사회 주체들과 함께 도시를 만들어 가는 방식이다. 현재로선 아파트 일색의 서울로부터 탈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론이자 행정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을 주민공동체와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법론이다. 지역에 삶의 형태를 유지한채 더 나은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아파트가 아닌 새로운 유형의 삶터를 지향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지역주민이 지역사회에 관심가지고 서로 함께 해결해나가는 움직임을 위해서 도시재생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