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사례로 배우는 도시재생] 성미산마을의 30년

urbanlr 2022. 2. 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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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마을은 도시재생이나 마을만들기 분야에서 오랫동안 주목을 받고 있는 사례이다. 그러나 성미산마을은 도시재생사업이나 마을만들기 사업과 같이 행정이 추진하는 사업으로 만들어진 사례가 아니다. 순수하게 주민 자발적, 주도적으로 만들어진 사례이지만 다른 모든 사업의 롤모델로써 바라봐졌던 사례이다. 도시재생사업은 태생적으로 행정의 사업이지만, 내용적으로 주민참여, 주민주도를 표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 주도성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 하는 물음에 항상 직면하게 된다. 이 때 많이 참고하려는 사례가 성미산마을인 것이다. 성미산마을의 출발점은 1994년으로 보고 있으며 그 과정은 현재진행형이다. 성미산 사례는 30여년이라는 긴 시간을 가진 사례이다. 도시재생사업은 짧으면 3년 길어봐야 6년이다. 기간적으로 보면 적합한 사례는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주민주도성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성미산마을 사례는 도시재생사업에 줄 수 있는 충분한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

 

 

0. 개요

성미산 마을은 서울 마포구 서부지역인 성산, 서교, 망원, 연남, 합정, 상암, 중동 일대 9개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성미산마을은 특정된 행정구역이 아니며, 도시지역의 생활문화 관계망으로 형성된 마을이다. 1994년 국내 최초의 공동육아협동조합을 설립하면서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게 되고 2003년 성미산지키기 운동을 성공시키고 난 후 자연스레 붙여진 이름이다(이홍택, 2012).

성미산마을은 지역주민들의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생긴 여러 조직들 그리고 서울시의 배수지건설계획에 반대하는 지역사회운동 등의 계기를 통해서 탄생한 곳이다. 지역사회 내의 자발적 결사체들이 주도하는 지역사회운동의 성공을 통해 지역주민들은 자발적인 참여와 활동으로 그들이 추구하는 다양한 가치들을 실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이후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들을 실현하기 위하여 다양한 조직들을 결성하여 활동하고 있다(김정욱, 2010).

 

 

1. 각자의 개인적 욕구로부터 시작된 주민 주도적 활동(1994~)

아이들의 보육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젊은 부모들은 1994년 9월 3일 ‘우리 어린이집’을 마포구 연남동에 개원하였다. 이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자 하였던 주민들이 많아져 기존 어린이집 대기자 부모들이 1995년에 ‘날으는 어린이집’과 2002년에 ‘참나무 어린이집’ 등을 설립하게 되었다(김정욱, 2010).

단지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할지 막막해하던 젊은 부부들의 고민들, 그리고 당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보내는데 비용이나 시설면에서 안심할 수 없었던 위기감 등 자녀를 올바로 키우고 싶은 소망들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이홍택, 2012).

공동육아의 교육이념과 교육내용을 만들어가면서 부모들은 어린이집과 협동조합의 운영이나 부모모임 등을 갖게 되었고, 함께 아이를 키우는 공동체적인 생활에 대한 관심을 키워갔다(이홍택, 2012). 그리고 이들은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아이들과 관계를 맺게 될 지역사회의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는 공동육아 결사체가 마을과 관계를 형성하는 계기가 된다(김정욱, 2010).

 

엄마와 아빠가 (공동육아 운영에) 참여하는 게 많잖아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아이들에 대한 것들을 모를 수가 없어요. 걔도 알지 걔 부모도 알지, 온 가족이 소통하는 거니까. 그 안에서 물론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들에 대한 문제는 ‘내 아이’의 문제가 ‘우리(들의) 아이’의 문제들로 확산되는 경험을 하게 되고...(공동육아, 두레생협, 성지연, 성미산 대책위 참여 주민) (김정욱, 2010)

 

성미산마을 사례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는 ‘우리 어린이집’의 개원은 젊은 부모가 가진 ‘육아’에 대한 개인적인 욕구에서 출발한다. 그 ‘욕구’가 혼자만의 ‘욕구’가 아니라 이웃의 ‘욕구’와 결합하면서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동의 문제로 발전하게 된다. 보통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공동체는 공공성에 우선하여 조직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성미산 사례가 현재까지도 지속가능한 것은 문제해결을 위해 이웃들과 함께하지만 결국은 자기문제를 해결하려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사업에서 주민을 조직할 때 방향은 공공성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성이 될 수 있는 개인적 ‘욕구’에서 출발해야 한다. 결국 도시재생사업에서 주민을 조직하고자 하는 방향은 “공공성이 될 수 있는 개인적 ‘욕구’를 찾아내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 것이다.

 

 

2. 성공적인 공동의 행동이 만들어내는 개인적 ‘욕구’의 확장(1998~)

지역사회에 대한 고민의 첫 번째 접근은 증가하는 ‘교육’에 대한 대처방안의 모색이다. 1998년에는 어린이집을 졸업한 아이들이 생기고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면서 2개의 어린이집이 각각 방과후 어린이집을 만들었다(이홍택, 2012). 1998년 ‘도토리 방과 후 교실’, 1999년 ‘풀잎새 방과 후 교실’이 운영되기 시작하였으며, 대안학교의 설립에 대한 고민까지 시작되었다(김정욱, 2010). 그 결과, 어린이집을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녀교육 문제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지 않게 되었다. 지역에 지속적으로 함께 살게 됨으로써 이들은 ‘부모’에서 ‘지역주민’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공동육아협동조합을 경험한 조합원들은 이후 성미산 마을의 사업과 활동을 추진하는 핵심주체가 되었다(이홍택, 2012).

지역사회에 대한 고민의 두 번째 접근은 ‘먹을거리’ 등 일상생활에 대한 대처방안의 모색이다. 먹을거리와 지역사회에 대한 고민은 두레생활협동조합 설립을 위한 준비모임으로 이어졌다. 2000년 11월 공동육아 결사체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공동출자하여 ‘유기농 먹을거리’ 공동구매 사업, ‘두레 생협’을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두레생협의 설립은 성미산 마을의 등장에 큰 의미를 갖는다. 두레 생협의 결성으로 인해 육아라는 일부 주민들이 갖는 가치의 공유에서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먹을거리’로 확대되어 결사체의 결성과 활동의 의미를 성미산 인근 지역주민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김정욱, 2010).

요컨대, 성미산마을의 조직들은 처음부터 마을에 대한 전체적인 상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계획·구성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의 필요와 관심사에 따라 여러 가지 시도들이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는 가운데 개별 영역과 조직들이 관계망에 의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마을공동체가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시도들은 지역사회 주민들, 그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호응을 얻으며, 마을공동체가 확장·발전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송지선, 2012).

개인적 욕구를 공동으로 해결해나가는 성공적인 경험은 생활의 다른 부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녀 ‘보육’의 문제가 ‘교육’의 문제로 확대되고, 지역 내 ‘먹거리’ 문제로 확대된 관심사는 학부모 외의 다른 사람의 참여로 이어졌다. 도시재생사업에서는 보통 주민의 조직, 공동체 활성화에 전략적으로 접근한다. 전략적이라는 말은 그 과정을 사전에 계획하고 이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미산마을의 과정은 사전에 계획하고 설계된 대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 성공적인 공동의 행동의 결과로 관심사와 범위가 확대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주도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도시재생에서는 전략적인 방식이 아니라 전술적인 방식을 취해야 한다. 전술적이라는 말은 행동의 결과를 기반으로 다음 스텝을 결정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개인적 ‘욕구’가 공동의 행동이 될 때, 행동의 변화를 미리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의 결과를 피드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다음 스텝을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3. 외부적 사건(공공의적)에 대항하기 위해 마을 전체의 단결력 강화 (2000~)

‘성미산마을’이라는 이름은 2001년부터 시작하여 2003년에 승리로 막을 내린 성미산 지키기 운동을 계기로 얻게 되었다(이창환, 2008). 성미산 마을 사람들이 공유하는 정체성을 획득한 것이다.

성미산 배수지 및 아파트 건설계획에 대한 주민의견 수렴 중에 성미산이 개발된다는 사실을 인식한 공동육아, 두레생협 결사체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성미산 지키기 연합(이하 성지연)’을 조직하게 된다. 성지연은 서울시 성미산 개발계획에 반대 운동을 진행하기 시작하였다(김정욱, 2010). 여기에는 마포두레 생협, 우리어린이집, 도토리방과후, 나는어린이집, 풀잎새방과후, 참나무어린이집, 성만교회, 성림사, 신체조교실, 건우회, 나무회, 성미향우회, 성산향우회, 체조교실 등 지역의 다양한 단체·모임·기관들이 참여하였다(이홍택, 2012). 성미산은 교육과 먹을거리의 핵심 가치인 자연생태 및 환경적 가치를 포함하고 있는 공간이었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문화, 체육, 여가 등을 누리는 공간이었다(김정욱, 2010). 두레 생협의 활동 대상은 지역사회 전반에 걸쳐 있었을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인 상근자가 근무하였기 때문에 ‘연결고리’의 역할을 할 수 있었다.(유창복, 2009)

성지연은 성미산 보존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주민들과 접촉하여 네트워크를 형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에게 서명을 받아 이를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였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선거에 후보를 출마시켜 성미산 보존을 모든 후보자들에게 공약을 내세우도록 유도하였다. 그리고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전문지식으로 서울시와 마포구에 대응하기도 하였다(김정욱, 2010). 성지연은 2003년 1월 성미산 대책위로 확대하여 활동을 전개하였으며, 성미산 대책위는 기자회견, 지자체 단체장과의 면담, 마을축제와 음악회 개최 등 지역사회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역할과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나갔다(김정욱, 2010).

지역주민들은 성지연과 성미산 대책위 활동으로 네트워크와 신뢰관계를 쌓았다(김정욱, 2010). 그리고 그 과정에서 확인된 마을 구성원의 가치에 대한 믿음과 확신, 협동의 성공적 경험에 대한 자신감, 공동육아에서 지역사회로 확장된 관계망의 우호적지지 등이 총체적으로 긍정적 작용을 일으켜, 다양한 생활상의 필요와 욕구를 분출시키게 된다(문치웅, 2008).

성미산 지키기 운동의 성공적 경험은 다양한 결사체들을 결성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각 결사체들은 행정, 정치, 문화, 교육, 경제 등의 영역으로 확장되었고, 이러한 활동을 통해 마을 주민들은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게 되었다(김정욱, 2010). 경제 분야에서의 마포두레생활협동조합, 동네부엌, 성미산 대동계, 한땀두레, 되살림가게, 작은나무 등이 있었고, 교육분야에서 공동육아어린이집, 방과 후 교실, 성미산 학교가 있었으며, 문화 분야에서는 성미산 극장, 마포 FM, 복지분야에는 마포희망나눔, 돌봄두레 등이 조직되었다(이홍택, 2012).

동네부엌은 공동육아를 시작했던 것과 같이 구성원들의 문제의식 공유와 서로의 필요에 의헤 ‘반찬가게’로까지 진화했고, 유기농 반찬을 제공하고 음식재주가 있는 분에게 일감을 주는 등의 사업적인 모습으로 변모했다. 동네 아줌마들끼리 밤 마실 10년 만에 맺은 결실이라고 한다. 그리고 단순히 반찬가게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부의 일거리를 덜어줌으로써 여성의 사회활동에 조금이나마 보탬을 주는 가치도 창출하고 있다(한상훈, 2011).

 

15년 전,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기 시작하면서 맺어진 아줌마들의 회합은 자정 즈음 동네 작은 호프집이나 야심한 밤 근처 한강변 산책길에서 이루어지곤 했다. 그곳에서 반찬투정을 하는 남편 흉을 보기도 하고, 아직 끈을 놓지 않은 미래에 대한 꿈을 밤새 나누기도 했다. 다독이고 안아주고 함게 웃으며 몇 년을 보내던 어느날 ‘아. 누가 국이라도 끓여주면 좋겠다’ 누군가 불쑥 던진 푸념 섞인 한마디에 기다렸다는 듯 한마디씩 보태기 시작했다. ‘반찬가게’ 구상의 시작이었다.(에이미/성미산마을 주민) (한상훈, 2011)

 

되살림 가게는 문자 그대로 물건을 되살리는 가게를 의미한다. 생협의 제안으로 비어있는 공간에서 시작을 한 되살림 가게는 지역화폐에 대한 고민이 되살림 가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면서 지속가능한 가게의 모습을 띄게 된다. 그리고 생협 및 구성원의 출자를 바탕으로 되살림 두레로까지 발전을 하게 된다(한상훈, 2011).

 

마포두레생협에서 녹색가게협의회의 되살림강좌를 홍보했어요. 마을에서 강좌를 들었던 이들이 있었구요. 마침 생협에서 옆 가게로 확장이전을 하며 남은 임대기간 동안 비어있을 자리가 생겨났죠. 생협에선 되살림 강좌를 들었던 이들에게 한시적인 녹색가게를 제안했답니다. 딱풀, 마리아, 별사탕, 보리, 퐁퐁. 다섯 사람이 가게 맨 처음의 활동가였네요... 되살림 가게가 1주년이 되던 해 되살림두레로 전환을 했어요. 정관도 만들고 운영위원장도 선출하고 보다 책임있는 자세로 되살림 가게를 지키려는 것이었죠. 되살림 두레로 전환하며, 또 지금에 이르기까지 두레지원센터의 도움이 컸네요.(되살림 가게 공식카페) (한상훈, 2011)

 

성미산 마을 사람들은 성미산 개발 계획 반대라는 공동의 목표로 결집력을 강화하는 계기를 얻게 된다. 여기에는 두레 생협과 공동육아 결사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미산지키기 운동의 직접적인 운영과 더불어 지역사회의 공감대를 확산시키기 위한 정치적 활동, 축제와 음악회 같은 문화적인 활동까지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 여기에는 두레생협의 상근자가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에 중요한 의미를 두고 있다. 또한 이러한 공동행동의 확대는 행정, 정치, 문화, 교육, 경제 등의 영역의 모임들이 형성되고 연대하는 과정으로 확대되었다. 도시재생사업의 계획수립은 지역의 공동의 목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주민의견을 수렴하여 도시재생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 행위 자체가 지역사회의 결집력을 강화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또한 도시재생사업은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라는 막강한 ‘상근자’가 존재한다. 도시재생 제반 영역의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역에 상주하면서 다양한 주체들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러한 ‘상근자’ 또한 도시재생사업의 이행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다양한 주체를 찾아내고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그들이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이 과정은 개인적 ‘욕구’를 공동의 ‘욕구’로 변환시키는 관점에서 이행되어야 하며, 모임의 활동과 연대를 미리 계획해서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 ‘결과’ 기반의 전술적인 지원이 되어야 할 것이다.

 

 

4. 지역의 필요와 욕구 해결, 이를 받쳐주기 위한 물리적 시설 (2003~)

성미산 학교의 설립은 성미산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것이었다. 성미산 공동체에서는 ‘우리어린이집’을 설립한 이래, 아이들이 커가면서 방과 후 교실, ‘꿈터’를 설립 운영해 왔지만,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면서 그에 상응한 대안이 필요했다.(이홍택, 2012).

‘성미산학교’는 어린이집에서부터 이어져 온 대안교육의 실험을 초등-중등에까지 계속 일관되게 이어갈 수 있게 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취학 전’에서부터 초중고 과정까지 교육적으로 일관된 원칙과 방침으로 아이를 돌보고, 그 결과를 지속적으로 살필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이로써 마을은 대학교육 이전까지의 교육시스템을 갖추고, 또한 대안교육과 공교육의 이중적 교육시스템을 갖게 됨으로써, 이를 종합적으로 연계하고 운용해 갈 수 있는 토대를 가지게 된다.(유창복, 2009)

이는 또한 정기적으로 마을의 세대 순환의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성미산 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마을로 돌아와, 다시금 마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활약할 터전을 마련하는 작업이다. 성미산 마을의 교육시스템을 도표화 하면 다음과 같다(이홍택, 2012).

성미산 마을의 교육시스템 (이홍택, 2012)
성미산 학교와 아이들  [출처]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1049)

 

마을에 있는 많은 동아리들이 1년에 한 번 있는 축제나 비상시적인 행사처럼 한시적인 기회만을 통해 공연을 해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 해결책을 강구했다. 특히 노래, 춤, 연극 등 무대 퍼포먼스를 지향하는 동아리들의 공연에 대한 갈증은 아주 컸다. 이러한 갈증을 해소하고 지속적이고 상시적으로 공연을 할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마침 2009년 성미산 마을 지역으로 4개의 시민단체가 이주를 하면서 그들이 함께 사무실을 쓸 공간으로 ‘나루’라는 건물을 신축하게 되었다. 이들 시민단체는 새로 신축한 건물을 마을 사람들과의 소통과 교류의 장으로 쓰고 싶다는 취지하에 건물 공간의 일부를 성미산 마을에 내놓았다. 마을에서는 이 공간을 마을 극장으로 만드는 것에 동의하였고 이름하여 성미산 마을극장이 탄생하게 되었다(최윤진, 2011).

극장이 만들어진 이후 주민 동아리는 더욱 활기를 얻었고 여러 동아리들이 새로이 만들어지면서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또한 마을극장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주민들의 문화공연도 펼쳐진다. 마을의 중요한 회의나 모임도 이 곳에서 이루어진다. 이렇게 극장은 주민동아리의 네트워크의 중심축에 위치하며, 마을의 문화예술적 성장의 중요한 인프라로 작용하고 있다(최윤진, 2011).

성미산 마을극장(최윤진, 2011)

 

어린이집 및 초등 방과후 돌봄에서 중고등 교육이 가능한 성미산 학교까지, 성미산 마을은 세대순환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거기에는 성미산학교라는 건물이 있었다. 마을에 있는 많은 동아리들, 특히 상시적인 활동이 필요했던 동아리들은 마을극장이라는 새로운 활동으로 이어갔다. 거기에는 나루라는 건물이 있었다. 이 두 개의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도시재생에서 말하는 거점공간, 앵커시설에 대한 것이다. 성미산 마을은 필요와 욕구, 프로그램이 우선했고, 거기에 필요한 물리적 시설을 마련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도시재생, 특히 주거환경관리사업과 같이 규모가 작고 현장지원체계가 비교적 부족한 사업에서는 반대의 순서를 따르기도 했다. 시설이 먼저이고 이것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고민했고, 물리적 시설이 마을의 필요와 욕구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마을의 필요와 욕구, 프로그램이 우선이고 물리적 시설은 다음이다.

 

 

5. 다양한 공동체 조직의 연대와 거버넌스의 형성 (2007~)

성미산 지키기 운동 이후 성미산마을은 그야말로 다원화된 개별의 조직과 활동들이 각기 자신의 활동에 독립적으로 전념하면서 각개약진을 하게 되었고(문치웅, 2008), 마을 규모가 커짐에 따라 마을 차원의 일들이 생기게 됨에 따라 전체의 의견 조율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하였다(이홍택, 2012).

성미산마을은 이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여 2007년 말 사단법인 ‘사람과마을’을 설립한다. 사람과마을은 당시 건설교통부에서 시행했던 ‘마을만들기’ 프로젝트에 지원하면서 이를 실행하기 위해 설립한 단체로, 행정적 실체가 없는 성미산 마을을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사람과마을은 다른 개별 조직들의 상위에 서있는 상급단체는 아니며, 개별 단위를 매개·조정하는 네트워크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의사소통기구이지 의사결정기구는 아니다(송지선, 2012).

프로젝트 수행뿐만 아니라, 그동안 각개 약진해온 지역 내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현황과 문제를 파악하고 이들 간의 상호 네트워크를 지원하며,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해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특히, ‘사람과 마을’의 핵심적인 사항으로 기존사업을 지원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신규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추진하려는 단체나 기관이 어려움을 겪을 경우에 한하여, 그 활동이 자생력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때까지 사람과 마을에서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이홍택, 2012).

‘사람과마을’은 행정의 마을만들기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설립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성미산 마을이 자조적인 공동체로서 성장하고 있었다면 ‘사람과 마을’ 설립을 통해 행정과의 거버넌스 주체가 생겨난 것이다. ‘사람과 마을’은 마을의 대표기관이기는 하지만 개별 단위의 모임들을 총괄하는 상급단체가 아니라 네트워크 조직이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지역 공동의 문제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고, 각 모임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도시재생에서 말하는 주민협의체와 CRC의 역할과 비슷하다. 성미산 마을에서의 교훈을 도시재생사업에 접목시킨다면 세가지 시사점이 있다. 첫 번째는 주민협의체는 의사결정기구의 역할도 수행하지만 네트워크조직으로서 기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욕구’에 기반한 공동의 모임들이 연대할 수 있는 창구가 되어야 한다. 도시재생사업에는 사업계획 수립이라는 훌륭한 수단이 있다. 이 공동의 목표를 기반으로 주민협의체는 다양한 모임들이 모여 공동의 목표를 가질 수 있는 네트워크조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CRC는 자기 사업을 수행하여 지속가능한 발판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모임, 조직, CRC를 지원하고 육성해나가는 역할가지 담당해야한다. CRC가 끝이 아니라 CRC는 시작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조직이 끈끈하고 공동체 활동이 매우 활발했던 성미산 마을조차 거버넌스 조직이 생겨나기까지 13년이 걸렸다. 도시재생사업에는 고작 몇 개월만에 주민협의체가 거머넌스 역할을 담당하길 기대한다. 짧으면 3년, 길면 6~7년인 도시재생사업 그 자체만으로는 거버넌스 조직으로의 온전한 성장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도시재생사업은 길고 긴 거버넌스의 형성과정의 하나의 과정이고 도구로 바라봐져야 한다. 그 다음을 위한 기반과 전략을 남겨놓는 것으로 도시재생의 목표를 잡아야 한다.

 

 

8. 결론

성미산 마을은 개인의 ‘욕구’가 개인적 차원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차원으로 발전했다. 이것이 성미산 마을의 출발지였다. 성미산 마을에서는 자기문제를 해결한다는 것, 지속가능성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그리고 이 작은 시작은 지역사회로의 관심으로 확대되었고, 더 많은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주제로 확대되었다. 이 과정은 계획된 것이 아니고 행동의 결과로부터 발생한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공동육아를 해보니 초등돌봄이 필요했고, 초등돌봄을 해보니 안전한 먹거리가 필요했다.

성미산 개발계획은 성미산 공동체에 공동의 목표를 안겨주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며,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공동행동에 참여할 수 있었다.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줄 인적자원이 필요했으며, 이들 중심으로 지역사회가 연결될 수 있었다. 공동의 목표는 공동체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해주며 개인적 요구를 공동의 행동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만들어 주었다. 그 결과 세대순환이 가능한 성미산 학교라는 핵심적인 프로그램과 시설이 만들어졌다. 성미산 극장까지 포함하여 공동체 역량이 충분히 성장하였을 때 물리적 시설은 공동체 활성화에 또 다른 성장점을 만들어 준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시설이 먼저가 아니라 공동체의 프로그램이 먼저라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성미산의 거버넌스는 시작부터 ‘마을과 사람’이라는 거버넌스 조직이 생길 때까지 13년이 걸렸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성미산 마을의 대표조직의 역할은 의사결정 기구가 아니라 의사결정을 위한 소통기구이며 또 다른 공동체와 조직들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성미산 마을 사례를 들여다 보면 배울 점이 다양하다. 우선 공동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개인적 ‘욕구’를 발견해내는 것이 중요하며, 공동의 행동이 성장하는 과정은 미리 계획될 수 없다는 점이다. 공동행동의 결과를 기반으로 다음 스텝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하나의 작은 일을 성공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다음 일을 기획하고, 다시 실행하고 결과를 피드백하고 기획하고 하는 과정을 지속해서 순환시켜야 한다. 한 모임 뿐만 아니라 여러 모임이 이런 과정을 가질 수 있는 시스템을 계획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물리적 시설은 시설을 설치하고 운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고민되어져야 한다. 공동체 활성화를 어떻게 시키고, 이들의 공간적 욕구를 발견하고, 그 욕구에 맞는 시설을 고민해야 한다. 간혹 도시재생사업에서 어쩔 수 없이 시설을 먼저 조성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더라도, 고민의 순서는 위와 같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단기간에 거버넌스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성미산조차 13년이 걸려 행정과 소통할 수 있는 조직이 형성되었는데, 도시재생사업 기간 동안 온전한 거버넌스 구조를 형성한다는 것은 무리이다. 도시재생사업은 거버넌스가 성장하는 과정 중 하나, 도구 중 하나로 바라봐져야 하며 도시재생사업의 목표가 거버넌스의 완전한 구축이 되어서는 안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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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택, 2012,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성장과정에 대한 분석, 강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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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훈, 2011, 성미산 마을 연구, 국민대학교 석사학위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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