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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도시재생 연구

[논문으로 배우는 도시재생] ① 참여하지 않는 주민들은 왜 참여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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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참여의 이유에 관심을 기울인다. 도시재생에 참여하고 있는 주민들이 왜 도시재생에 참여하는지를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참여하지 않는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전략을 수립한다. 우리는 ‘참여의 이유’라는 렌즈로 ‘참여하지 않는 주민’을 바라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잘못된 접근이다. ‘참여하지 않는 주민’은 ‘참여하지 않는 이유’라는 렌즈로 바라보고 이해해야 한다. 오늘 리뷰할 논문은 참여하지 않는 주민은 왜 참여하지 않는지에 대해 분석한 논문이다. 너무 당연해 보이지만 우리가 그간 놓치고 있진 않았는지 돌아볼 만한 부분이다.


 

2021.09 한국지방자치학회보 수록 논문

“도시재생사업에서의 주민 비참여에 관한 연구”

김지영, 정문기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박사수료 및 교수

초록

본 연구는 도시재생사업에 주목하여 주민들의 비참여 영향요인에 대해 탐색하였다. 현실에서 비참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연구들은 이에 주목하지 않은 바, 본 연구는 비참여 연구의 중요성을 발견하고 이를 규명하였다는 점에서 함의가 있다. 사례지로는 서울시 최초의 도시재생사업이자 주민참여가 강조되는 근린재생형인 창신·숭인 도시재생사업을 선정하였다. 설문조사를 수행하였고 이후 퍼지셋 질적비교분석을 통해 비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변수들을 규명하였다. 더불어 인터뷰를 통해 재생사업의 주체들 간 상호관계성을 다각적으로 분석하였다.

해당 분석결과는 과거 참여 좌절 경험으로 인해 이후의 참여를 원칙적으로 배제한다는 내용의 ‘원칙에 입각한 비참여 모델’, 참여 행동이나 지역사회에 대한 무관심 및 효능감 부재 등으로 인한 ‘회의적 인식 기반 비참여 모델’, 그리고 도시재생사업의 ‘지역 부조화 인식 및 보상 동기 부재 모델’로 요약된다. 이상의 탐색을 통해 본 연구는 주민참여를 독려하는 과정에 있어 기존 참여자들만을 주목할 것이 아니라 비참여 주민들을 심도있게 탐색한 후 이들을 유도해야 한다는 함의를 제시하였다.


연구자는 창신·숭인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주민, 참여한 주민, 외지인, 창신숭인 도시재생 협동조합 관계자, 관계 공무원을 인터뷰하여 ‘비참여의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참여와 관련된 다양한 주체들을 인터뷰 함으로써 한쪽의 관점에만 치우치지 않도록 분석을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록을 살펴보면 세가지 모델로 인해 주민들은 비참여를 결정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세가지 모델을 좀 풀어서 설명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재개발사업과 연관된 이유이다. 어차피 재개발도 안됬는데 도시재생이라고 되겠어? 나는 이제 관심없어 라고 하는 경우이다. 서울의 재생지역은 많은 경우가 재개발 해제지역으로부터 출발한다. 재개발 해제 시점과 재생사업의 시작 시점의 간격이 짧고, 재개발과 재생을 구체적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주민 입장에서는 거기서 거기인 사업을 또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미 도시정책사업의 실패를 경험한 직후 비슷해 보이는 다른 도시정책사업의 성공을 기대하기란 상식적으로도 쉽지 않다.

재개발사업의 과정에서 겪었던 주민간의 갈등과 관련된 이유가 있다. 이미 도시정책과 관련하여 의견을 나누는 ‘참여’라는 행위에 질려버린 경우이다. 재개발사업구역으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진행되는 과정에서, 해제되는 과정에서, 재생사업이 선정되는 과정에서 주민간의 끊임 없는 갈등이 있어왔다. 간접적으로 갈등의 양상을 접한 주민들이라 할지라도 동네가 시끄러운 상황 자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더 이상 말려들고 싶지 않은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이 지역에 알맞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도대체 답도 없는 우리 마을을 보존한 채로 개량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 방식이냐 라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반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건물도 다 낡아가는데, 이것저것 조금 손본다고 마을이 나아지겠냐는 것이다. 오히려 싹 밀고 재개발해서 새롭게 지어진 동네에서 살아가는 것이 알맞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과거 형식적인 참여 제도에 관련된 것이다. 이미 우리들은 행정의 뺑뺑이 민원대응을 많이 겪어왔다. ‘우리 부서 소관이 아니어서, OO부서로 연락해 보세요’는 지겹도록 들었던 이야기이다. 아마 우리 지역에 대해 맘에 안드는 지점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 많이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이런 만성적 상황에 지쳐있는 주민은 아무래도 의견을 들으러 왔습니다. 와서 의견을 내 주세요. 하는 말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기존의 가장 핵심적인 정책 참여 형태는 주민자치위원회 등 직능단체를 통한 참여이다. 하지만 직능단체에서의 참여는 ‘주민 동원’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형식적인 참여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실제 참여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핵심적인 인물 즉 ‘빅마우스’에 의해 결정이 좌지우지 되는 경향이 컸다. 일반적인 주민에게 주민협의체는 주민자치위원회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형식적인 참여와 소수의 주민리더의 의사결정 독점을 경험해봤던 주민에게 참여는 의미없는 것이 되어버리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일상의 행위에 비해 참여라는 행위의 효용이 낮은 경우이다. 말 그대로 사는 것이 바빠서 참여하기 힘들다는 것인데, 너무도 당연한 이유이기 때문에 더 이상 설명은 하지 않도록 하겠다.


누구에게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한 번쯤 깊게 고민해봐야 할 질문을 던져주었고, 참여하지 않는 주민들을 대하는 방식이 ‘참여하지 않는 이유’라는 렌즈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라는 질문은 매우 유효해 보인다. 도시재생에 대해 홍보하고 교육하는 이유가 단지 주민들이 도시재생에 대해 잘 알아야 된다 가 아니라, ‘참여하지 않는 이유’가 오해라는 메시지를, 도시재생은 이전의 도시정책과 다르고, 도시재생에서의 참여는 이전의 참여와 다르다는 것을 분명하게 던져주어야 한다.

그리고 분석된 내용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 우리가 항상 얘기하는 케바케(case by case; 사례마다 다름을 일컫는 말)에 따라 지역마다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참여하지 않는 이유, 그것을 직접적으로 집중 조명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지역에 관심이 없어서’, ‘사람들이 너무 바빠서’와 같은 표면적인 이유로 참여가 저조한 현상을 규정짓지 말자. 조금 더 고민하고 문제를 더 정확하게 정의한 후 전략을 수립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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