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개의 노드(의미) 중 183개 노드가 얽혀 있다고 지난 글에서 밝혔다. 주민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요인은 서로 개념적으로 얽혀 있다는 뜻인데, 이걸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민참여를 어떻게 촉진해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어떤 노드(의미)가 전체 연결망 내에서 중요한 위치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분석해 볼 것이고, 두 번째는 참여와 심리적 요인이 어떤 흐름으로 연결되는지 분석해 볼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복잡한 연결망을 단순화시켜 전체적인 구조를 한눈에 보면서 구조를 해석해 볼 것이다.
오늘은 그 첫 번째, 각 노드의 중요도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연결망을 분석해보면 중요한 노드를 6개 정도를 발견할 수 있다.
- 이웃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음
- 이웃을 신뢰함
- 이웃과 일상적으로 교류함
- 내가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
- 지역사회 구성원이라는 느낌
- 지역사회에 자부심을 느낌
전체 연결망 내에서 중앙에 위치한, 즉 주민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요인 중 다른 모든 요인을 연결하는 중심에 위치한 노드는 "이웃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음"이다. 사회적 자본, 공동체 의식, 지역 애착 등 많은 개념들이 주민참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이야기 하지만, 그 핵심적인 위치에는 내가 어려울 때 이웃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전체 연결망 내에서 국지적으로 중요도를 높게 가지는 노드는 "내가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 "지역사회에 자부심을 느낌", "이웃과 일상적으로 교류함"이다. 신뢰와 영향의식, 자부심, 일상적 교류가 국지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개념은 참여로 바로 이어지기보다는 다른 의미들과 연결되어 간접적으로 참여로 이어지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노드일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노드 간 연결점을 살펴보면, 가장 중앙에 위치한 "이웃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음"과 가장 가까이 연결되어 있는 노드는 "이웃을 신뢰함" 및 "이웃과 일상적으로 교류함"이다. "지역사회에 자부심을 느낌"은 또 다른 중요한 노드를 매개로 이어져 있는데 "서로 의지할 수 있음", "이웃과 유대 관계가 깊음"이라는 노드이다. "이웃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음"이 "내가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으로 이어지기 까지는 많은 노드들을 매개로 하여 이어진다.
여기까지 정리해보면, 주민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심리적 요인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 연관되어 복잡한 의미 구조를 가진다. 이 말은 우리가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주민과 함께 호흡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한 일이라는 의미이다. 힘들고 고된 일이 맞다. 논리적으로 또는 감성적으로 딱딱 맞아 떨어지면 좋겠지만,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심리적 요인들은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낼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복잡함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번 글에서는 이 복잡함이 참여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아보기 전에, 그 복잡함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다루어 보았다.
여기에서 중요하게 얻어가야 할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회적 자본을 만들어야지', '공동체의식을 만들어야 해'라는 단선적인 의도로 참여를 촉진하기보다는 하나의 의도와 연결된 다른 의도를 눈치채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참여를 촉진하는 의도가 서로 연계되어 일어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하는 것이다. 흔히 쓰는 프로그램이 도시재생대학, 문화 프로그램, 주민공모사업, 주민협의체 회의 등이 있는데, 각각은 어떤 의도를 담고, 각 의도는 서로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참여하는 주민들의, 참여를 촉진하고 싶은 사람들의 어떤 심리적 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끊임 없이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심리적 상태를 변화시키는 시도들은 서로 필수적으로, 단단하게 연계되어 일어나야 한다. 그냥 단순한 의도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우리는 아무것도 얻을 수 있는게 없다.

지난 글에서 연결망 내에서 중심성이 높은 6가지 단위 의미를 중심으로 연결망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살짝 훔쳐봤었다. 이번 글에서는 심리적 영향요인과 주민참여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그림을 살펴보면 파란색이 참여와 관련된 노드이고, 나머지는 심리적 영향요인과 관련된 노드이다. 이 그림에서 주목할 점은 2가지이다. 첫 번째는 중심성이 높은 노드라고 해서 참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이 말은 중요도가 높은 심리적 영향요인이라고 해서 참여로 직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고, 중요하게 여겨지는 참여자의 심리적 상태를 변화시켰다고 하더라도 참여로 직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두 번째는 심리적 영향요인과 참여가 연결되는 '길목'이 있다는 점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세 개의 길목이 발견되었다. 그림에서 가운데의 굵은 길목과, 양옆의 좁은 길목이 존재했다. 이 말은 어떤 일련의 심리적 변화가 다른 심리적 상태에 연쇄적인 반응을 일으켜, 그게 길목으로 향할 때 참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설을 생각해보게끔 만들어 준다. 결국 이 길목에 있는 노드들에 개입할 수 있을 때 참여의 발생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주민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연구한 논문 등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내용(보통 신뢰, 애착심, 소속감, 만족도, 공동체 의식 등이다)이 길목을 향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는 뜻일지 모른다. 근데 사실 솔직히 애착심, 공동체 의식,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길목을 한 번 더 들여다보았다.
세 가지 경로가 있다고 하였는데, 가운데 이웃과 일상적으로 교류하고, 서로 잘 알고 지내며, 각종 사적 모임, 단체 활동, 봉사활동, 자발적 마을회의 참여 등과 관련된 노드들이 자리 잡고 있다. 왼쪽 길목에는 의견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 기회가 많고, 잘 반영되고 있다는 느낌과 관련된 노드가 있다. 오른쪽 길목에는 지역문제를 이웃과 함께 해결해 가는 것과 같은 노드가 있다. 줄여 말하면 비공식적인(일상적인) 교류, 의견 표현, 이웃 협력으로 말할 수 있겠다. 세 가지 요인이 중요도가 높은 심리상태와 참여를 연결해주는 매개 역할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주민참여를 촉진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또 한 번 확인하게 된다. 각종 연구에서는 심리적 요인이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심리적 요인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개념들이고, 중요한 개념을 인지했다 하더라도 길목이라는 걸 또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점은 현장에서 적용한다고 생각했을 때 쉽지 않은 부분이다.

앞선 9개의 글을 요약해보면, 주민참여 영향요인 연구는 발전하고 있으나 심리적 영향요인의 복잡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복잡성을 살펴보니 80%에 달하는 의미들이 서로 공유되고 있었고, 복잡한 연결망을 구성하고 있었다. 주민참여 영향요인은 서로가 서로를 매개하며 연결되어 있었고, 참여로 연결되는 '링크'가 존재함을 확인했다.
그런데 사실 앞선 글에서는 연결망이 너무 복잡했다. 점들이 너무 많아서 점 하나하나의 이름들을 이미지에 담지 못했다. 그래서 Modularity라는 군집분석 중 하나의 방법론을 활용하여 연결망을 단순화 해봤다. 그 결과 9번째 글에서 말했던 3개의 링크를 확인할 수 있었고, 일상적 교류라는 단순화된 노드가 참여와 가장 큰 관련성을 가지며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일상적 교류는 상호 호혜적 신뢰와 관련된 모듈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상호 호혜적 신뢰는 다시 지역 만족과 영향 의식 및 구성원 의식을 매개하고 있었다.
두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첫 번째는 참여와 가장 가까이 연결된 일상적 교류는 심리적 상태가 아니다. 행위적 요소이다. 결국 심리적 상태 그 자체가 참여에 영향을 미친다기 보다는 어떤 일련의 일상적 교류라는 행위를 매개로 참여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좋은 마음을 품고 있다고 해서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 교류 행위에 자주 참여하고 누군가를 만나 교류하는 행위를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우리가 흔히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 참여를 높일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근데 그게 아닐 수 있다. 참여와 밀접한 관계를 지니는 부분은 일상적 교류이지 지역 만족이 아니다. 지역 만족은 오히려 참여와 거리가 멀다. 노드의 크기가 중요도라고 볼 수 있는데, 중요도 자체는 높은걸 알 수 있다. 중요한건 맞는데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심리적 상태와 행위적 요인이 있다. 도시재생사업의 가시적인 성과는 그 자체로 목표하기보다는 이웃간의 신뢰와 구성원 의식, 내가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느낌을 만들어내는 수단으로 봐야 하는 것이 맞다. 우리가 흔히 골목 벽화 그리기 아이템을 많이 사용하는데, 여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벽화를 예쁘게 잘 칠했다!'가 목표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서로 협력하고, 연대 의식을 느끼고, 지역사회에서 뭔가를 내가 할 수 있구나를 느끼게 해드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심리적 상태가 주민 간의 일상적 교류 활동으로 이어지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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