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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도시재생 연구

도시재생 주민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요인 연구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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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사업은 결국 행정이 추진하는 사업이다. 그 안에 시민사회적, 바텀업적인 요소가 혼합되어 있긴 하지만 예산과 프로세스에 대한 권한이 행정에게 있다. 그렇기 때문에 행정의 사업에 어떻게 주민을 '참여'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어떤 사람이 참여하고, 어떤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주로 참여하는가? 그리고 이에 대한 연구는 사람들을 어떻게, 어떤생각을 가지게끔 해야 참여를 독려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의 초석이 된다. 그리고 이 고민에서부터 지속가능한 주민주도 마을관리의 힌트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도시재생 '사업'과 마을만들기 '사업'에는 주민들의 어떤 특성과 어떤 생각들이 사업에 참여하게끔 만드는걸까? 1999년 지방자치제도가 개편되면서 주민참여는 폭발적인 관심을 받게된다. 이에 2005년 행정학분야에서 주민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가 시작된다.

 

이후 마을만들기에 대한 다양한 실험의 결과로 20007년부터 2011년까지 마을만들기에 관한 연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이에 2010년대부터 지역개발, 도시계획 분야에서도 같은 주제의 연구가 시작된다. 사회복지학, 관광학에서도 뒤따라 연구되면서, 주민참여에 영향을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는 학문적 범위가 지속적으로 확장되어 왔다.

 

주민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연구의 학문적 범위가 확장되는 동시에 참여에 대한 정의의 다각화와 연구대상의 범위도 함께 확장된다. 2000년대에는 주민참여 여부와 같이 간단한 차원에서 그치는데 2010년 중반에는 정보제공형 참여, 주민주도적 참여, 협력적 참여, 일상적 참여, 제도적 참여, 비제도적 참여 등과 같이 다양한 측면을 살피기 시작하였다. 2010년대 후반 들어서는 연구대상이 보다 구체화된다. 도농복합지역, 농촌지역, 서울 권역별과 같이 공간적 범위의 구체화와, 공동체사업, 도시재생사업, 관광형 도시재생사업과 같이 구체적인 사업단위에서도 연구가 진행되기 시작한다.

 

어떤사람이 참여하는가? 에 대해서는 연구된 선행연구가 많다. 그 중 인구통계학적 요인을 연구한 논문을 살펴보면 딱히 공통된 결과를 보이지 않는다. 보통 성별, 연령, 교육수준, 소득, 거주기간 등과 같은 것들이 연구된다. 그런데 성별은 남자가 더 잘 참여한다와 여자가 더 잘 참여한다 둘다 도출되기도 하고, 교육수준과 소득, 주거기간은 연구마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다.

 

사실 소득이 높은 사람이 잘참여한다. 뭐 이런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현장에서는 무엇을 할 수 았을까? 소득이 높은 사람을 찾아내야 할까? 사람들의 소득을 높일 수 있을까? 딱히 떠오르는게 없다. 연구마다 결과가 다르다는 것은 이 요인의 설명력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세계를 잘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럼 뭐에 집중해야 하는가? 많은 연구자들은 인구통계학적인 요인처럼 외면적으로 보이는 상태 말고 사람들이 가진 인식이나 사회적 관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적인 요소에 집중한다

 

주민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연구자들이 가장 많이 집중하는 영역은 개인의 인식과 개인간의 관계성으로 정의되는 내면적인 요소이다. 보통 동네 애착과 공동체 의식, 지역사회 신뢰, 이웃 유대감 및 친밀감 등이다.

 

그런데 중요한건 이런 요소들은 정의하기가 매우 쉽지 않은 개념이라는 것이다. 연구자마다 정의가 조금씩 다르기도 하고 측정 항목도 달라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설문조사에서 "살기 좋은 동네라고 생각하십니까?"는 지역사회 애착의 하부개념인 정체성과 / 공동체의식의 하부개념인 충족감, 공유된 감정적 연계 등의 측정 항목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연구의 맥락과 분야, 대상에 따라 일정부분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각 연구는 최선을 다해 현상을 분석해내고 실제 주민참여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사실 사람들은 논문을 잘 읽지도 않지만 이런 결과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도시재생사업에서 교육, 주민공모사업, 소모임 지원 등 다양한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프로그램은 과연 주민들의 어떤 요소들을 변화시키기 위해 수행되는가? 해야해서 하는 것 말고 어떤 것을 어떻게 건드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어야 하는가?

 

근데 선행연구가 많은 걸 알려주지만 조금씩 다르니 헷갈린다. 그리고 각 개념들은 상호 독립적으로 정의되지도 않는 개념들이다. 그래서 연구를 시작했다. 한번 정리해보려고.

 

주민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는 2005년부터 시작해 총68개 논문이 있고(많다 많아) 그 중 내 연구의 대상으로 적합한 논문은 34개였다. 34개 논문에서 정의된 주민참여 영향요인은 앞서 말했듯이 지역사회애착, 공동체의식, 사회적 자본, 이웃유대 등(이 외에도 많지만)이 있다. 각 개념을 측정하기 위해 보통 설문지를 작성하는데, 이 설문 내용이 가진 의미를 쪼갤 수 없는 단위 까지 쪼개서 쪼개진 단위의 관련성(나름의 방법을 통해) 기반으로 연결망 분석을 진행했다.

 

연결망 분석은 복잡하게 얽히고 섥힌 관계를 거미줄 같은 망으로 표현해보고 그 망이 어떤 특징을 가지는지 분석해보는 방법이다. 보통 노드(점)와 엣지(선)으로 구성되는데 노드와 노드를 이어주는 선으로 표현된다. (점과 선이 엄청 많을 때 연결망 분석은 빛을 발한다.)

 

내 연구에서 노드란 주민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개념을 쪼갤 수 없는 단위로 쪼갠 문장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문장간 연결고리를 전부 다 포함한 것이 내가 분석하고자하는 연결망이 되는 것이다.

 

총 210개의 노드와 530개의 엣지로 구성된 연결망을 구축했다. 210개의 문장과 530개의 관계가 있었다는 의미이다. 210개의 노드 중 183개(87.1%)가 서로 얽히고 섥혀 있었다. 선행연구 34편에서는 각각 독립된 개념으로서 사용된 개념이 의미를 쪼개서 연결망을 구성해보니 독립되지 않고 얽혀 있었다. 선행연구들이 정의하고 있눈 개념이 차이가 있는 이유가 있었다.

 
주민참여 영향요인의 네트워크 구조

선행 연구에서 정의한 주민참여 영향 요인을 구성하는 개념을 쪼개고 쪼개서 가장 작은 단위의 의미를 나타내는 문장으로 만들고, 그걸 이어 붙였더니 위 그림처럼 나왔다. 하나의 거대한 연결망과 독립된 작은 연결망 8개.

 

연결망에 나타나는 주민참여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 요소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하나의 큰 연결망은 다음 글에서 다루도록 하고, 작은 연결망의 내용을 살펴보자.

 

첫 번째는 아주 개인적인 부분이다. 내가 뭘 잘 할 수 있다고 느끼는 '자기효능감'과 개인적의 삶에 대한 '만족도'이다. 기본적으로 스스로가 사회에 영향을 충분히 미칠 수 있고, 만족하며 살고 있는 사람은 참여를 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두 번째는 '사회에 대한 관심'이다. 일반적인 사회, 정치, 정부정책에 평소 관심이 많거나, 행정기관 및 시민단체의 활동에 대한 관심과 협력할 의향은 도시재생 사업 참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는, '참여 환경'에 대한 충분성이다. 지역 주민들이 참여와 협력, 다양성에 대한 존중 등, 이웃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일 수록, 참여하는 과정이 어려워보이지 않고, 충분히 환경과 기반이 마련되어 있어 효과가 기대되는 상황에 대한 인식이 도시재생 참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는 참여 조직의 '리더십'이다. 주민대표, 오지라퍼 등 조직의 리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조직이 어떤 미션을 가지고 있는지 명확히 아는 것이 참여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도시재생에서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저 오세요. 참여하세요. 또는 단순히 문화 프로그램, 주민 공모사업을 운영해서 사람을 만나는 것으로 충분할까? 독립된 작은 연결망을 살펴보면, 사람들에게 자기효능감, 사회에 대한 관심, 참여 환경과 리더십이 괜찮은 것 같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전략적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한다. 골목길에 화분을 가꾸거나 벽화를 칠하는 프로그램은 단순히 봉사를 통한 환경 개선에만 목적을 두어서는 안된다. 그런 목적이라면 돈을 들여 전문 업체에 맡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결과물의 퀄리티도 높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그램의 목적은 사람들의 내면적인 부분을 변화시키는 즉, 심리적인 부분에 어떤 변화를 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나도 지역에 기여할 수 있구나, 마을에 이런 곳이 있었네, 사람들이 잘 협력하는구나, 지역을 변화시키는 일이 우리가 하는 일이구나 등과 같이 어떤 심리적 요인들을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지금은 작은 연결망 8개만 찾아봐서 와닿지 않을 수 있다. 다음 글에서 하나의 큰 연결망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사람들의 어떤 내면적, 심리적 변화를 일으켜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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