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추진했던 공동체규약 마련을 위한 기초조사 및 주민의견 수렴 용역을 다시 생각하면서
지금 시대에 맞는 공동체 활성화 전략은 무엇일까 고민해보았다.
공동체 규약이란 다른 생각과 생활양식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불편을 주지 않으며 살아가기 위한 생활규범을 말한다. 당시 과업을 추진할때 정의했던 공동체 규약이다. 다양한 가치관과 사고방식,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살아가는 도시라는 공간에서 사람간의 갈등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이 갈등에 관한 내용을 사전에 공론화하고 예방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공동체 규약'이라는 아이디어가 있었고, 공동체 규약이 필요한 내용을 찾아내고 지역에 공론화시킬 수 있는 일들을 했다. 그러나 실제로 실현되지는 못했다. 과업을 진행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설득하고, 규약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시키고, 설문조사와 의견을 수렴하는 전 과정에 주민을 참여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공동체규약은 실현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당시에도 품었고, 글을 정리하는 지금도 드는 생각은 정말 '공동체 규약'이 가능하긴 한걸까? 공동체 규약이 만들어진다 한들 그게 의도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까? 현대 도시의 지역 공동체에 대한 현재 나의 논의 속에서는 공동체규약은 잘못된 접근이었다. 어떤 마을에 한정되어 공동체규약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지리적 개념을 포함한 강한 공동체를 가정한 접근이다. 다시말해, 지리적 근접성, 전일적 공동체(공동체성과 개인이 동일시 되는 공동체), 강한 연대를 기본 근간으로 접근한다. 마을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참여해야 효과가 있는 공동체규약은 주민 전체를 하나의 정체성으로 묶어내는 작업으로 귀결된다. 조금만 생각하면 공동체규약은 과거 향약과 매우 흡사한 개념인데, 이는 공동체규약이 과거 전통 공동체를 상상하며 기획된 아이디어임을 암시한다.
그러나 현재 많은 사회학자와 도시학자들이 전통 공동체의 해체를 이야기한다. 현대시대에서 전통공동체를 상상하며 기획된 아이디어가 실현되기란 쉽지 않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현대 도시의 공동체는 지역이라는 공간적 근접성이 개개인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에 비해 매우 약하다. 공간적 근접성이 필연적으로 공동체를 형성해주진 않는다. 그러니 공간적 근접성을 기반으로 하는 공동체규약이 먹힐리가 없다. 같은 마을에 사는 사람끼리 모여, 공동체규약으로 묶인 공동체를 만들어가자는 아이디어는 실현되기 매우 어렵다. 단지 전통공동체에 대한 향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내비치는 정도일 뿐이다.
당시 과업의 의미는 다른 곳에서 발견된다. 주민조사원(지역주민을 고용하여 주민이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방식)에 참여한 사람들과 조사결과를 공유하는 자리에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공동체로 엮였다는 것이다. 그들은 향후 그 관심사를 가지고 주민공모사업에 도전하기에 이른다. 이는 단순히 관심사가 맞아떨어진 사람들이 친해지게 되었다 정도의 의미가 아니다. 현대 도시 공동체가 어떻게 형성될 수 있는가에 대한 힌트를 준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뒤르켐은 '우리'라고 하는 공동체 의식에 기초한 공동체가 아닌 '개체적 존재의 연대'에 기초한 결사체로서 공동체를 바라본다. '우리'라는 공통의 무언가가 사람들을 공동체로 묶어내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의 존재가 연결되어 공동체를 이룬다는 것이다. 이는 방향성의 전환을 의미한다. 공동체의 출발점을 전체에서 개인으로 이동시킨다. '전체의 구성원'이 아니라 '개인간의 연결성'이 강조된다. 당시 과업에서 공동체규약은 실패하고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공동체로 엮였다는 것은 이러한 방향성의 전환으로 설명될 수 있다.
우리가 도시재생사업에서 사회적 재생을 논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가 공동체 활성화이다. 도시재생을 통한 공동체 활성화는 공간적 근접성을 필연적으로 요구한다. 도시재생은 사회 전반을 다루는 사회학적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공간을 다루는 도시학적 접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의 공동체는 공간적 근접성의 기반은 매우 약하다. 옆집에 산다고 무조건 알고 지내며 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공간적 근접성이 공동체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없는 것은 또 아니다. 이러한 모호성은 구체적인 공간을 다루는 도시재생에서 공동체 활성화, 커뮤니티라는 미션도 함께 모호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체규약 과업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개체적 존재의 연대', '개인간의 연결성', 그리고 공동체의 출발점을 '개인'에게 이동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마을'과 '도시재생'이라는 전체적인 개념을 너무 강조하지 않고, 각 개개인의 욕구파악과 욕구의 공유, 연결에서 공동체 활성화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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